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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만남 - 제2편 -




徐五善

( 백제문화재연구원장 )

                    < 우연한 만남 - 제2편 - >
 
  지상으로부터 약 40cm정도 파들어 갔을 때는 이미 바닥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유물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할꺼니까 삽 대신 조그만 긁개로 아주 조금씩 파 내려가
  기 시작하였다. "글쎄! 유골이 나올까 아니면 금귀고리
  나올까? 에이 기왕이면 커다란 금귀고리나 나왔으면...
  내심 무척이나 기대를 했다.
 
  무덤 내부는 좁았기 때문에 앉아서 하는 일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앉아서 꼭 밭 매듯이 바닥을
  살살 긁어 내려가니 "" 하니 무언가 걸린듯한 느낌이 긁개
  를 통하여 손끝에 전해져 왔다. 아마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고기가 낚였을 때 묘한 쾌감이 손 끝에 전해지기 때문에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낚시를 한다는 말도 언뜻 떠 올랐다.
 

  "무얼까?"

  휙 당기면 다 부서질 것같아 다시 손에서 힘을 빼고 살짝 흙을 걷어 내니 그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당시에는 정말 그 가치를 몰랐기 때문에) 질그릇의 입
  술부분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것도 완전한 것이 아니고 좀 깨진 것 같았다.
 
  "에이 이게 뭐야! 다 깨진 질그릇 조각이라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찾은 것이 고작 요것인가 싶었다. 아무리 막걸리도 좋지만
  땀 흘린 대가가 그저 다 깨진 질그릇 조각이라는 생각에 약간은 실망되었다.
 
  그래도 좀 위안이 되는 것은 "이제 시작이니까 이 흙 아래로는 꽤 값 비싼 금붙이가 나오겠지."  하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좋아 또 파 들어 가보자."  좀 더 파 내려가니 다 녹이 슬어 시뻘건 쇠창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이건 아닌데, 쇠가 아닌 금이 나와야 되는건데."  "또 허탕인가!"
 
  작업이 점차 진행되면서 무덤의 전모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에 아까와 같은 질그릇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금이 아닌 쇠붙이들이 두서없이 놓여져 있었다. "이제는 바닥도 거의 다 들어 났는데
  금귀고리는 틀렸구나."  생각했을 때, 시신의 발치 부분에서 약간 하얀 색이 비쳐졌다.
 
  "이건 뭘까?"

  이제는 별로 기대할 것도 없이 조심스레 대칼로 노출시키니 아마도 은도금된 무슨 종이같이 얇은 판이
  몇 조각 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허리띠 장식이란다. 
 
이렇게 해서 이 무덤의 우리들 작업은 다 끝났고 다음에는 유학와 있던 가메다
(龜田修一)씨가 그간 우리가 노출시킨 무덤구조며 유물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실측"(있는 그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 : 편집자 주)하고 난 뒤에야 이 무덤의
발굴은 끝이 나기에 이르렀다. 
 
막걸리가 좋아서 참가했던 나의 첫 번째 발굴조사는 어찌 보면 그간에 내가
막연하게 땅을 파면 금귀고리가 나오는 식의 생각을 완전하게 뒤바뀌게 하였고, 발굴이란 마구잡이로 파는 것이 아니고 굉장히 섬세하고도 조심을 요하는 것이
바로 문화재 발굴조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 일생일대의 좋은 경험이었다.
 
이렇게 전혀 예상치도 않은 우연한 만남은 이후 내가 박물관에 몸을 담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날마다 문화재를 접하는 문화재 산책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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