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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만남 - 제1편 -




徐五善

( 백제문화재연구원장 )

                        <우연한 만남 - 1편>
 
  그때가 대학 3학년 봄이었다. 
  고고학 개론 강의시간 끝머리에,
  "요즘 우리 학교가 연산지방에서 백제 고분 발굴조사를 하고
   있으니 주말에 시간있는 학생은 구경 겸 놀러와도 좋아"
  라는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결국은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앉게
  된 시초가 될 줄은 정말 누구도 몰랐다.
 
  나는 본래 술을 매우 좋아해서 그때도 옆자리에 있는 친구녀
  석에게 제안을 했다. "아마도 저기 가면 주말에 막걸리는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같이 가보자"  고. 남녀학생 몇 명이
  토요일 오후에 시외버스를 타고 비포장 (당시 대전-논산 간
  도로는 비포장이었음) 길을 근 한 시간 정도 가서 연산에 내
  렸다. 그리고 다시 20여분 거리의 발굴 현장인 표정리 마을
착했다. 5월 쯤이었으니까 날씨는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참 놀기 좋은 때였다. 

우선 짐 (짐이라 해봤자 양말, 가방 정도..) 을 숙소에 놓고 곧바로
발굴장소인 산으로 올라 갔다. 좀 오르니 여기저기 나무사이로 껍데
기가 벗겨진 소위 백제 무덤이 그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난 처음에 <발굴조사>라고 해서 무언가 엄청난 보물, 다시 말하면
무슨 금으로 만든 귀걸이나 또는 그에 버금가는 골동품이 푸짐하겠
거니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현실을 보니 그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질그릇 몇 개 내지는 그 깨진 조각들 밖에 그 이상은 볼만한 것이
없었다.
 
  정말 실망했다. 

  아무리 막걸리를 먹기 위해 왔다고 해도 무언가 발굴 더더구나 학술발굴이면 하다못해 번듯한 은장도라도 보
  여야지 이건 줘도 안받는 질그릇 조각들뿐이라니.
 
  어쨌든 절에 간 색시마냥 현장에 왔으니 교수님 말씀을 들을 수밖에.
 
  마침 일본에서 유학와 있던 가메다라는 친구로부터 간단히 현장 브리핑을 들으란다.
  여기저기 무덤사이로 돌아다니며 그 친구의 설명을 듣다보니 (참고로 가메다는 당시 한국말로 했음) 그 뻘겋
  게  벗겨져 있는 고분들이 차츰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백제 고분의 특징은 어떠한데 지금 여
  기 있는 고분들은 그 중에 어느 부분이 그렇고 또 어떤 것은 색다른 형태인데 그 점에 있어서는 이 표정리
  고분군의 특징이기도 하고 등등... 약 한 시간 정도를 설명 들으니 대충 뜻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잠시 쉬고 작업지시를 받았다. 

  "어쨌든 공짜 술은 없을 것이니 일을 해야지......."
 
  교수님이 지정한 곳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
  작했다. 좀 파들어 가다 보니 묘하게도 두 개로 생각했던 무덤이
  하나로 연결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에서는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지만 당시는 정말 까막눈이었
  으니까 곧바로 교수님께 알렸다. 두 개가 아니고 하나의 무덤이라
  고. 그때까지 이곳에서 확인된 열두개는 모두가 단장, 즉 한 사람의 무덤이었는데 우리가 판 무덤은 폭이 두
  배나 넓어 합장 즉 두 사람 분의 무덤이란다. 그리고 우리가 판 것이 여기서는 처음이란다. "옳다구나 저녁에
  막걸리는 이제 따 논 당상"  이라 생각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아닐까. 한 30cm 정도 깊이로 파들어
  가니 슬슬 겁이 났다. 갑자기 <미이라>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시체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등 걱정이 들기도
  했다. 괜히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다시 한 삽 깊이를 더 파고 들어가니 이제는 아까의 겁은 깨끗이 사라
  지고, "에이! 이 무덤에서 보물이나 나왔으면"  하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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